한태준 카드가 옳았던 이유
9월 10일 중국전 세트 스코어, 1세트를 내주고 내리 세 세트를 가져왔다
한태준을 세컨드가 아니라 원 세터로 세운 벤치의 선택은 결과로 증명됐다. 9월 10일 기타큐슈, 한국은 중국에 1세트를 내주고도 내리 세 세트를 가져오며 3-1로 역전승했다. 세트 스코어는 17-25, 25-21, 25-22, 29-27. 이 승리로 한국 남자배구는 2019년 아시아선수권 이후 7년 만에 4강 무대를 다시 밟았다. 스물두 살 세터가 코트 한복판에서 경기를 지휘한 그 경기다.
지금 이 얘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다. 이 성과를 "어쩌다 한 번 잘 풀린 경기"로 치부하고 넘어가면, 그 세터를 다시 벤치로 내려보내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건 틀렸다고 본다.
4세트 29-27, 한태준의 토스가 만든 역전
1세트를 17-25로 내줬을 때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중국의 서브가 매섭게 꽂혔고, 리시브 라인이 흔들렸다. 그런데 2세트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25-21, 25-22로 두 세트를 연속으로 가져오며 균형을 맞췄고, 승부는 4세트로 넘어갔다. 4세트는 29-27, 듀스 접전 끝의 승리였다. 이 세트에서 임성진과 임동혁이 연속 득점을 몰아치며 역전에 쐐기를 박았다. 세터의 토스가 흔들렸다면 나올 수 없는 흐름이다.
허수봉과 임동혁이 각각 21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두 공격수의 숫자만 보면 "스파이커가 잘한 경기"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공격수의 득점은 세터가 어디에 어떤 타이밍으로 볼을 뿌리느냐에 따라 갈린다. 4세트 후반, 듀스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공을 배급한 건 한태준이었다.
7년 만의 4강, 우연이 아니라 축적이다
4강 진출이 2019년 이후 처음이라는 건, 그만큼 이 세대의 남자배구가 오랫동안 결과로 증명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성과는 이 대회 하나로 끝난 얘기가 아니다. 한태준은 지난 8월 동아시아선수권에서도 대표팀의 2연패를 이끄는 활약을 보였다. 한 달 사이 두 개의 국제대회에서 연속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건, 우연이 겹친 게 아니라 이 세터의 경기 운영이 쌓이고 있다는 신호로 읽는 게 맞다.
세계랭킹으로 보면 한국이 25위, 중국이 32위다. FIVB 남자부 세계랭킹 상으로는 한국이 앞서 있지만, 아시아 무대에서 중국을 꺾는 건 늘 쉽지 않았다. 랭킹과 실제 경기력 사이의 간극을 좁힌 경기였고, 그 중심에 세터가 있었다.
황승빈과 나눠 쓴 자리, 오히려 선택지가 넓어졌다
한태준이 원 세터로 나섰다고 해서 황승빈의 자리가 사라진 건 아니다. 최근에는 두 세터가 서로 다른 국면에서 번갈아 코트에 서는 모습이 나왔고, "서로에게 기댄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국내 V리그에서 세터진의 뎁스는 늘 대표팀 고민거리였다. 한국배구연맹(KOVO) 소속 팀들에서 경기 경험을 쌓은 두 세터가 대표팀에서 로테이션을 이루는 지금 구도는, 한 명에게 의존하던 예전보다 분명히 안정적이다.
한 자리를 두고 경쟁시키는 대신 국면별로 나눠 쓰는 지금의 운용은, 스물두 살 세터에게 실전 경험을 계속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맞는 방향이다. 큰 경기일수록 세터의 경험치는 숫자로 드러나지 않지만 승부처에서 차이를 만든다.
여기까지 정리하면
중국전 역전승의 결정적 장면, 8월 동아시아선수권 2연패, 황승빈과의 로테이션까지 — 세 가지 근거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한태준을 원 세터로 세운 선택은 도박이 아니라 데이터가 뒷받침하는 판단이었다.
그래도, 아직 다 증명됐다고 하긴 이르다
반박할 여지는 있다. 중국전은 단 한 경기다. 동아시아선수권도 아시아선수권도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만큼 상대 전력이 두텁지 않다. 스물두 살이라는 나이는 언제든 기복을 보일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다음 4강 상대는 일본과 인도의 승자, 9월 12일에 결정된다. 상대가 완전히 달라지는 무대에서 같은 안정감을 보여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이번 4강 진출로 걸려 있는 게 크다. 2028 LA 올림픽 직행권과 2027 월드컵 출전권 경쟁까지 이어지는 자리다. 부담이 커질수록 어린 세터가 흔들릴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이 반론을 가볍게 넘길 생각은 없다.
그래도 나는 이 카드에 걸겠다
그런데도 나는 한태준 카드가 맞다고 본다. 한 경기의 인상이 아니라 두 달 사이 두 대회에서 반복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연은 한 번은 몰라도 두 번 겹치기 어렵다. 4세트 듀스 상황에서 보여준 판단력은 나이로 설명되지 않는다.
조건은 하나만 걸겠다. 만약 다음 4강전에서 한태준이 완전히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세터 교체로 이어질 정도라면 이 주장은 접겠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지금의 세터 운용이 옳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국 남자배구가 아시아선수권 4강에 오른 건 몇 년 만인가요?
2019년 대회 이후 7년 만이다. 9월 10일 중국을 3-1로 꺾고 4강에 올랐다.
Q. 다음 4강 상대는 누구인가요?
9월 12일 열리는 일본-인도전의 승자와 맞붙는다.
Q. 이번 4강 진출이 왜 중요한가요?
2028 LA 올림픽 직행권과 2027 FIVB 월드컵 출전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잡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경기 일정은 실시간 중계 보기로 확인할 수 있다.
한태준을 원 세터로 세운 건 결과로 답이 나온 선택이다. 스물두 살 세터가 만든 이 흐름을, 다음 4강전에서도 지켜볼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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