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휘의 첫 우승, 새벽에 본 AVC컵 결승전
결승전을 기다리던 새벽 거실
지난 6월, 필리핀 칸돈에서 열린 2026 AVC 여자배구컵 결승전을 새벽에 혼자 챙겨봤다. 12개국이 참가한 이 대회는 8000석 규모의 칸돈시티 아레나에서 열렸고,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시간대에 경기가 잡혔다. 알람까지 맞춰놓고 일어난 건 오랜만이었다.
솔직히 결승 전까지는 큰 기대 없이 결과만 확인하던 대회였다. 그런데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한국이 세트를 거의 내주지 않고 올라오는 걸 보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마지막 판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실 큰 기대는 안 했다
얼마 전 아시아선수권에서 8강 탈락으로 일찍 짐을 쌌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AVC컵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세대교체 과정에 있는 팀이라는 얘기가 많았던 시점이라 더 그랬다.
그런데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스코어만 보고도 '이번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조별리그, 5전 5승인데 딱 한 경기가 걸렸다
한국은 A조에서 대만·키르기스스탄·호주·필리핀·우즈베키스탄과 묶여 5전 전승으로 조 1위에 올랐다.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필리핀·호주전은 전부 세트스코어 3대0으로 깔끔하게 끝났다.
문제는 대만전이었다. 유일하게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3대2로 겨우 이겼다. 조별리그 전체를 통틀어 한국이 내준 세트가 딱 두 개였는데, 그게 전부 이 대만전에서 나왔다. '저 팀만 만나면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준결승, 베트남을 상대로 다시 세트를 내주지 않았다
준결승 상대는 베트남이었다. 이 경기는 3대0으로 다시 깔끔하게 끝났다. 대만전의 고생을 겪은 뒤라 그런지 이 경기는 오히려 편하게 봤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결승 상대가 그 대만이 될 거라는 소식을 듣고, 새벽 기상을 제대로 각오하게 됐다. 조별리그에서 이미 한 번 고전했던 상대를 결승에서 다시 만난다는 게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같은 상대를 대회 안에서 두 번 만나는 조편성이라 부담이 배로 느껴졌다.
결승, 대만에게 설욕하며 첫 우승
결승 상대는 예상대로 대만이었다. 조별리그에서 5세트까지 가며 애를 먹였던 바로 그 팀이다. 그런데 결승에서는 딴판이었다. 한국이 3대0으로 완승을 거두며 대회 첫 우승을 확정했다. 조별리그에서는 세트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더니, 정작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는 세트를 하나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화면 너머로도 벤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보였다.
대회 MVP는 주장 강소휘가 받았고, 박은진이 베스트 미들블로커, 나현수가 베스트 아포짓 스파이커로 뽑혔다. 강소휘는 베스트 아웃사이드 스파이커까지 함께 받으며 이날 상까지 싹쓸이했다. 시상식 화면에서 선수들이 서로 트로피를 넘겨가며 사진을 찍던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국제배구연맹(FIVB) 산하 대회인 만큼 국가대표팀 랭킹포인트에도 반영되는 대회라, 이번 우승이 이후 국제대회 시드 배정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대회 기록은 2026 AVC 여자배구컵 위키백과 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새벽 결승전이 끝난 뒤의 코트
몰랐던 것 — 이 대회, 한국의 첫 우승이었다
보면서는 몰랐는데 나중에 찾아보고 알았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냥 '이기는 팀이 또 이겼나 보다' 하고 편하게 봤는데, 알고 보니 이 대회 자체가 신설된 지 오래되지 않은 대회였다. 아시아권 여자배구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대회라, 아시아선수권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대회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이런 배경을 미리 알고 봤으면 결승 세트 하나하나가 훨씬 더 무겁게 느껴졌을 것 같다. 우승이 처음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날 새벽 기상이 아깝지 않았다.
궁금한 것들
대회는 어디서 열렸나
필리핀 일로코스수르주 칸돈, 8000석 규모의 칸돈시티 아레나에서 열렸다. 개최국 필리핀을 포함해 베트남·카자흐스탄·대만·한국·이란·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홍콩·호주·인도네시아·레바논까지 12개국이 참가했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게 이번이 처음인가
맞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결승 상대와의 이전 전적은 어땠나
같은 대회 조별리그에서 이미 한 번 맞붙었고, 그때는 5세트 접전 끝에 3대2로 한국이 이겼다. 결승에서는 3대0 완승으로 격차를 더 벌렸다.
다시 본다면 — 조별리그부터 챙겨볼 것
이번엔 결승만 챙겨보고 조별리그는 결과만 확인했는데, 다시 본다면 대만전부터는 실시간으로 볼 생각이다. 5세트까지 간 접전을 놓친 게 못내 아쉽다. 전체 대회 정보는 스포랭크에서 챙겨볼 수 있으니 다음 국제대회는 미리 일정을 확인해둘 생각이다.
새벽에 일어나 챙겨본 보람이 있었던 결승전이었다. 아시아선수권 8강 탈락 이후로 반신반의하던 마음이 이 대회 하나로 많이 풀렸다. 다음 국제대회 일정이 잡히면 이번엔 예선부터 알람을 맞춰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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