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전 드라마" — 한국 남자배구, 기타큐슈의 5세트
기타큐슈 체육관, 5세트 15-9로 끝난 순간
9월 13일 밤, 일본 기타큐슈 시립체육관. 전광판 스코어는 2-2. 다섯 번째 세트만 남았다. 한국 벤치는 이미 서 있었다. 코트 위 허수봉은 손끝으로 라인을 두어 번 가리켰다. 상대는 호주, 걸린 건 2027 FIVB 남자 월드컵 출전권이었다.
세트 스코어는 여기까지 16-25, 25-18, 22-25, 25-18. 한 세트씩 주고받은 롤러코스터였다. 마지막 세트는 15점 랠리포인트제. 먼저 흔들리는 쪽이 진다.
여기까지 오는 길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를 넘어 준결승까지 올라갔지만 개최국 일본에 막혀 3위 결정전으로 내려왔다. 상대는 세계랭킹에서 한국을 앞서는 호주. 이 대회는 단순한 순위전이 아니었다. AVC 남자 아시아선수권 3위 안에 들어야 2027 FIVB 남자 월드컵 출전권이 걸리는 구조였고, 우승한 일본은 이미 2028 LA 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로 챙긴 뒤였다.
즉 한국 입장에서 이 경기는 순위표 한 칸이 아니라 내년 대회 참가권 자체였다. 지는 순간 월드컵 본선은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이런 경기일수록 세트 하나하나의 무게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 2세트를 내주고도 다시 뒤집은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대회 결과와 한국의 3위 확정 과정은 국제배구연맹(FIVB) 공식 대회 소식에도 정리돼 있다.
체육관에 남은 마지막 랠리
5세트 초반, 스코어는 2-1. 여기서 허수봉이 서브 리시브 이후 오픈 공격을 그대로 꽂았다. 다음 랠리는 임성진의 속공. 그다음은 임재영의 블로킹 터치아웃. 세 점이 연달아 붙으면서 5-1. 호주 벤치가 타임아웃을 불렀지만 흐름은 이미 넘어간 뒤였다.
이후 한국은 리드를 놓지 않았다. 허수봉은 이 세트에서도 계속 공을 받았다. 이날 그의 총득점은 28점, 양 팀을 통틀어 최다였다. 임성진이 15점, 박창성이 9점, 이상현이 8점으로 뒤를 받쳤다. 마지막 포인트는 15-9. 스코어보드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 코트 위 선수들이 한꺼번에 무릎을 꿇었다.
이 28점은 하루짜리 반짝 활약이 아니었다. 대회를 마감하며 집계된 득점 순위에서 허수봉은 대회 전체 득점 1위로 이름을 올렸고, 이 기록은 일본 현지 매체에서도 따로 언급됐다. 한 경기 몰아친 게 아니라 대회 내내 꾸준히 공격을 받았다는 뜻이라, 다음 국제대회에서 상대팀 견제 1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기, 숫자로 정리하면
- 날짜·장소 : 2026년 9월 13일, 일본 기타큐슈 시립체육관
- 세트 스코어 : 3-2 (16-25, 25-18, 22-25, 25-18, 15-9)
- 득점 : 허수봉 28점 · 임성진 15점 · 박창성 9점 · 이상현 8점
- 대회 결과 : 2026 AVC 남자 아시아선수권 3위, 2027 FIVB 남자 월드컵 출전권 확보
호주전 주요 득점자 네 명의 포인트 비교
바뀐 것들
한국 남자배구가 아시아선수권 시상대에 오른 건 2017년 이후 9년 만이다. 그사이 세대교체와 부진이 반복되면서 국제대회 성적표가 가벼워졌던 걸 생각하면, 이번 3위는 순위 자체보다 "다시 본선 무대에 선다"는 사실이 더 크다. 2027 월드컵은 아시아 예선을 다시 치르지 않고 직행하는 자리라서, 대표팀은 당장 다음 시즌부터 평가전 일정을 이 대회를 기준으로 짤 수 있게 됐다.
독자 입장에서 헷갈리기 쉬운 부분은 "3위인데 왜 축제 분위기냐"는 지점이다. 이 대회는 성적표이면서 동시에 출전권 시험이었다. 우승도 준우승도 아닌 3위라도 출전권이 걸린 라인 안에 들었다는 게 핵심이다. 반대로 LA 올림픽 출전권은 이번 3위와 별개로 우승팀 일본에게만 먼저 돌아갔다는 점도 자주 섞여서 오해가 생기는 대목이다. 두 출전권은 걸린 조건이 다르다.
흔히 하는 착각이 하나 더 있다. 이 대회를 아시안게임과 같은 대회로 헷갈리는 경우다. 아시아선수권은 매년 또는 격년으로 열리는 종목별 단독 대회고, 아시안게임은 4년마다 여러 종목이 한꺼번에 열리는 종합대회다. 결승에 오른 일본과 이란의 경기력, 한국이 넘어야 했던 준결승 상대까지 모두 이 아시아선수권 안에서 벌어진 일이고, 아시안게임 성적표와는 별개로 집계된다. 이날 뛴 선수 대부분은 곧 국내 V리그로 복귀한다. 소속팀 일정과 순위는 한국배구연맹(KOVO) 쪽에서 계속 확인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세 가지
Q. 왜 하필 3위 결정전이 월드컵 출전권과 연결되나요?
A. 이번 대회는 아시아 지역에서 2027 FIVB 남자 월드컵으로 가는 예선을 겸했다. 최종 순위 상위권에 아시아 쿼터가 배정돼 있어서, 우승을 못 해도 3위 안에 들면 출전권이 주어지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준결승에서 진 팀에게도 3위 결정전은 사실상 진짜 본선이었다.
Q. 호주는 왜 세트 스코어에서 앞서다가 역전당했나요?
A. 3세트까지 팽팽했던 흐름이 5세트 초반 한국의 연속 득점 세 번으로 끊겼다. 랠리포인트제 마지막 세트는 흐름 하나로 점수 차가 순식간에 벌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번에도 그 패턴이 그대로 나왔다. 호주는 타임아웃으로 끊어보려 했지만 이미 벌어진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Q. 다음 대표팀 경기는 어디서 챙겨볼 수 있나요?
A. 국제대회 일정과 중계 정보는 대회마다 갱신된다. 다가올 경기 일정과 결과는 경기 일정 및 결과 쪽에서 확인하는 편이 빠르다. 시즌 중에는 V리그 소속팀 일정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두 일정을 같이 챙겨보는 편이 낫다.
다시 그 장면으로 돌아가 보면, 스코어보드에 15-9가 뜬 순간 체육관 조명 아래 선수들은 한참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세트 하나를 내줄 때마다 흔들릴 법도 했던 경기였는데, 마지막 랠리까지 무너지지 않은 쪽은 한국이었다. 9년 만의 포디엄, 그리고 2027년 월드컵으로 가는 티켓. 그날 기타큐슈의 5세트는 그 두 가지를 한 번에 걸어놓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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