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타르에서 한국 남자배구 동아시아 2연패를 직접 지켜봤다
울란바타르에서 지켜본 한국 남자배구의 전승 우승
몽골 울란바타르행 비행기를 탄 건 순전히 이 대회 때문이었다. 8월 초,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2026 동아시아선수권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 노트와 카메라부터 챙겼다. 세계랭킹 25위, 국제 무대에만 서면 늘 '언더독' 소리를 듣는 팀이다. 솔직히 큰 기대는 안 했다. 그런데 다섯 경기를 전부 현장에서 지켜본 나흘, 나는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본다.
한눈에 보는 2026 동아시아 남자배구선수권
- 개최지 · 기간 : 몽골 울란바타르 AVA 아레나, 8월 초 (결승 8월 9일)
- 한국 성적 : 5전 전승, 대회 2연패, 통산 네 번째 우승
- 결승 : 한국 3-1 일본 (40-38, 25-17, 23-25, 25-22)
- 대회 MVP : 신호진 (결승 18득점)
첫 세트 40-38, 나는 숨을 제대로 못 쉬었다
결승 상대는 일본이었다. 그리고 첫 세트가 미쳤다. 24-24에서 시작된 듀스가 끝날 기미를 안 보였다. 서브가 들어가고, 리시브가 흔들리고, 다시 랠리가 붙고. 스코어보드 숫자가 30을 넘기고 35를 넘길 때, 관중석 전체가 매 포인트마다 벌떡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결국 40-38. 세트 하나에 78점이 오갔다. 프로 경기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마라톤 세트를 국가대표전 결승에서, 그것도 눈앞에서 봤다.
이 세트가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고 본다. 배구는 흐름의 종목이다. 그 지긋지긋한 접전을 먼저 넘긴 쪽이 심리적으로 몇 배는 가벼워진다. 옆자리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던 한 기자가 나지막이 '이걸 잡으면 오늘 우리가 이긴다'고 중얼거렸는데, 정확히 그 말대로 흘러갔다. 2세트를 25-17로 가볍게 내준 순간, 일본의 어깨가 눈에 띄게 처졌다. 첫 세트에서 다 쏟아부은 팀과, 그걸 버텨낸 팀의 차이였다.
결승 네 세트, 한국과 일본의 득점 흐름
5전 전승, 그리고 신호진이라는 이름을 외우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다섯 경기를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전승 우승이다. 지난 대회에 이은 2연패이자 통산 네 번째 정상. 세계랭킹 25위 팀이 홈도 아닌 몽골 원정에서 이만큼 해냈다는 건, 숫자만 보면 밋밋해도 현장에서 느낀 무게는 전혀 달랐다.
중심에 신호진이 있었다. 결승에서만 18득점, 결정적인 순간마다 코트를 갈랐고 결국 대회 MVP를 가져갔다. 임성진 17점, 이상현 16점, 최준혁 16점까지, 득점이 한 선수에게 쏠리지 않고 고르게 퍼졌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누구 하나 막으면 끝'인 팀이 아니라는 뜻이니까. 경기 기록과 세계랭킹 흐름은 돌아오는 길에 스포랭크에서 다시 한 번 짚어봤는데, 이 대표팀이 왜 최근 국제전에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기록지를 다시 펼쳐보니 재미있는 숫자가 하나 있었다. 결승 첫 세트에서만 양 팀이 78점을 주고받았는데, 이건 나머지 세 세트의 한 세트당 평균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한 세트에 이 정도 포인트가 오갔다는 건 그만큼 서브와 리시브가 팽팽했다는 뜻이고, 그 접전을 버텨낸 선수들의 체력이 뒤 세트까지 흔들리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정 4일 차, 짧은 회복 시간 속에서 이 집중력을 유지한 게 이번 우승의 진짜 비결이라고 나는 봤다.
현장에서야 알게 된 것, 세계랭킹은 이렇게 움직인다
국가대표 대회를 직접 보기 전까지 나는 '랭킹'을 그냥 배경 숫자쯤으로만 여겼다. 그런데 국제대회 한 경기, 한 세트가 곧 랭킹 포인트로 환산된다는 걸 현장에서 체감하니 보는 눈이 달라졌다. 상대의 세계랭킹이 몇 위인지, 이겼을 때 포인트를 얼마나 챙기는지에 따라 같은 승리도 값어치가 다르다. 우리 대표팀이 왜 굳이 이런 원정 대회를 챙기는지, 그 이유가 여기 있었다.
배구 팬이라면 FIVB가 매일 갱신하는 세계랭킹을 한 번쯤 들여다보길 권한다. 대회가 끝날 때마다 순위가 실시간으로 출렁이는 걸 보면, 오늘 본 이 경기가 몇 달 뒤 어떤 대회 시드로 이어질지까지 그려진다. 25위라는 숫자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전승 우승이 쌓이면 그 숫자는 결국 움직인다. 현장에서 그 시작점을 목격했다는 게 이번 취재의 가장 큰 소득이었다.
다시 간다면, 이렇게 하겠다
딱 하나 아쉬웠던 건 예선 첫 경기를 현장에서 못 본 것이다. 결승의 그 40-38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예선부터 차곡차곡 쌓인 조직력의 결과였을 텐데 그 과정을 통째로 놓쳤다. 다음에 대표팀 원정을 따라간다면 첫 경기 워밍업부터 지켜볼 생각이다. 그리고 관중석보다는 코트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자리를 잡겠다. 랠리의 스피드는 TV로도, 뒷자리에서도 절반밖에 전해지지 않는다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또 하나, 다음엔 통역과 현지 취재 동선을 미리 짜두겠다. 이번엔 경기 자체에만 매달리느라 선수들의 경기 후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 40-38 그 세트를 코트 안에서 견딘 선수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 한마디를 놓친 게 두고두고 아쉽다.
자주 묻는 질문
2026 동아시아 남자배구선수권은 언제, 어디서 열렸나요?
8월 초 몽골 울란바타르의 AVA 아레나에서 열렸고, 결승은 8월 9일에 치러졌습니다.
결승 스코어는 어떻게 됐나요?
한국이 일본을 세트 스코어 3-1(40-38, 25-17, 23-25, 25-22)로 꺾고 우승했습니다.
대회 MVP는 누구였나요?
결승에서 18득점을 올린 신호진이 대회 MVP로 뽑혔습니다.
정리하며
세계랭킹 25위 팀의 전승 우승은 스코어보드 위에서는 조용했지만, 코트 앞에서는 전혀 조용하지 않았다. 다음 대표팀 경기가 잡히면, 나는 또 어디로든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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